필리핀의 슬픈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단어, '팍팍'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타갈로그어로 '먼지를 털어내다'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음식 문화 안에서는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버려진 음식 쓰레기를 다시 활용해 만든 음식을 의미합니다. 팍팍은 극심한 가난에 놓인 마닐라의 빈민가와 슬럼가에서 생존을 위한 간절한 선택으로, 대체 식량 자원으로 뿌리내렸습니다.
팍팍의 시작은 필리핀의 깊은 사회 문제인 도시 빈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메트로 마닐라의 슬럼 지역, 특히 톤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으로 추정됩니다.
도시 빈곤층이 늘어나고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기본적인 식량조차 구하기 어려워졌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팍팍은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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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필리핀 인구의 약 25.2%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했으며, 이는 4,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절망적인 경제적 어려움이 팍팍과 같은 대안적인 식량 공급 방식의 발전을 촉진했습니다.
팍팍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원재료 수집입니다. 팍팍 수집자들은 보통 새벽 4시쯤, 문을 닫은 패스트푸드점이나 레스토랑을 찾아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모읍니다.
이들이 주로 찾는 것은 버려진 치킨, 고기 뼈, 남은 햄버거 등입니다. 이렇게 모아온 쓰레기 중에서 먹을 수 있는 부분, 주로 고기나 뼈를 골라내고, 먹을 수 없는 나무젓가락, 빈 깡통, 비닐봉지 등은 제거하는 분류 작업을 거칩니다.
분류된 재료는 깨끗하게 세척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특히 닭뼈와 고기 조각은 2~4회 정도 물로 꼼꼼하게 씻어 표면에 붙어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합니다. 이후에는 남아있을 수 있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 삶는 과정을 거칩니다. 닭뼈의 경우에는 뼈에 붙어 있는 살점을 최대한 분리하여 재활용률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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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준비된 재료는 다양한 필리핀 전통 요리의 형태로 변신합니다. 예를 들어, 칼데레타 스타일은 으깬 마늘과 잘게 썬 빨간 양파를 볶다가 물과 아추에테를 넣어 색을 내고, 닭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레몬그라스 줄기와 양파 잎을 넣습니다.
비싼 토마토 페이스트 대신 바나나 케첩을 사용하며, 준비된 닭고기를 넣고 약 30분 동안 조리합니다. 아도보 스타일은 마늘, 간장, 식초, 파인애플 주스, 설탕, 그리고 비밀 향신료를 사용하여 고기와 함께 끓여 만듭니다. 튀김 스타일은 세척하고 삶은 닭고기나 남은 고기를 다시 한번 기름에 튀겨 바삭하게 만들어 맛과 질감을 개선하고, 추가적인 살균 효과를 얻는 방법입니다.
팍팍은 재료와 조리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치킨 팍팍으로, 졸리비나 KFC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버려진 치킨을 재활용하여 다시 튀기거나 다른 요리의 재료로 사용합니다.
아도보 팍팍은 수집한 고기를 필리핀 전통 요리인 아도보 방식으로 조리한 것이고, 칼데레타 팍팍은 닭고기나 고기 조각을 토마토 스튜인 칼데레타로 조리하여 레몬그라스 등의 향신료로 냄새를 없앤 것입니다. '모녹'이라고 불리는 매운 이중 조리 고기는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버려진 고기를 재활용하여 두 번 조리하고 매운 양념을 더한 특별한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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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가격입니다. 팍팍 수집자들은 하루에 약 7,000원 정도의 적은 임금을 받으며, 닭뼈 한 버킷은 약 530원에 거래됩니다. 이렇게 얻어진 팍팍은 한 봉지에 약 460~700원, 조리된 한 접시는 약 200~530원에 판매됩니다.
2024년 기준으로 Ate Evelyn's 노점에서 판매되는 조리된 팍팍 한 봉지는 30페소, 우리 돈으로 약 700원입니다. 팍팍 판매자들은 하루에 약 3,700~5,300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이는 극심한 빈곤 속에서는 매우 중요한 수입원이 됩니다.
2023년 크리스마스 때 양파 가격이 급등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팍팍의 소비가 늘어난 것은 팍팍의 경제적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 봉지 가격으로 한 가족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빈곤층에게 팍팍이 갖는 의미를 더욱 깊게 합니다.
팍팍의 주요 소비층은 메트로 마닐라의 톤도나 해피랜드와 같은 슬럼가에 거주하는 극빈층 도시 이주민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여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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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수입이 매우 적어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약 82,000원만 벌어 가족 전체를 부양해야 하는 가장도 있습니다. 이들은 보통 일주일에 약 3번 정도 팍팍을 섭취하며, 이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생존을 위한 절박한 행위입니다.
팍팍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필리핀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습니다. 2012년 필리핀 인구의 약 25.2%가 빈곤선 아래에 있었고, 현재도 많은 이들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소득 불균형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어 필리핀 인구의 3분의 1이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 개발 전문가 멜리사 알리팔로는 팍팍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합니다. 팍팍은 도시 빈곤층을 위한 '숨겨진 식량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팍팍 섭취는 심각한 건강 및 위생 문제를 야기합니다. 버려진 음식에는 살모넬라와 같은 위험한 병원균이 있을 수 있으며, 때로는 버려지기 전에 소독제를 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팍팍을 먹는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체중 미달, 피부 및 머리카락 색소 이상, 근육 소모와 같은 단백질-에너지 영양실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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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많은 소비자는 팍팍이 씻고 다시 조리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믿거나, 심지어 맛있고 영양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필리핀에서 팍팍 판매는 위생 문제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극심한 빈곤 때문에 이러한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닐라 헬핑 랜드 슬럼의 한 주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팍팍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다른 선택이 없을 때는 그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팍팍은 단순한 재활용 음식을 넘어 필리핀의 심각한 도시 빈곤, 소득 불균형, 그리고 식량 불안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체인점에서 튀긴 치킨 한 조각이 95페소에 판매되는 반면, 팍팍 한 접시는 단 10페소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필리핀 사회의 극명한 경제적 격차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빈곤층에게 팍팍은 종종 유일한 생존 수단이며, 2024년 현재까지도 많은 가족들이 이 음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본적인 식료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팍팍의 소비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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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의 해피랜드와 같은 곳에서 팍팍은 비록 위생과 건강상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생존 식량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는 필리핀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현실의 반영이자, 굶주림과 절망의 상징입니다.
팍팍은 필리핀 빈민가의 독특한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전 세계적인 식량 낭비와 빈곤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사례입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버려지는 쓰레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실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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