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까지 녹여버리는 불꽃, 백린탄의 비인도적인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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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만들어낸 무기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잔혹한 백린탄에 대해 깊이 파헤쳐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백린은 우리에게 익숙한 인 원소와 동일한 물질이지만, 원자 배열과 그로 인한 화학적 성질은 완전히 다른 극단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답니다.

백린탄

놀랍게도 백린의 발화점은 고작 30℃에 불과하여, 일반적인 실온에서도 스스로 발화하는 극히 불안정한 물질이에요. 더욱이 한번 불이 붙은 백린은 물에 담가 진화시키더라도 다시 공기에 노출되면 재발화하는 기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백린은 통상적으로 불활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약알칼리성 용액에 담가 보관하는 엄격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백린의 위협은 단순히 불이 잘 붙는다는 점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불이 붙지 않은 상태에서도 맹독성 물질로 악명이 높은 청산가리보다 몇 배나 더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로 엄청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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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백린이 인체 내로 유입될 경우, 급격하게 포스핀이라는 독성 가스를 생성하여 전신의 세포 조직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포스핀은 살충제나 농약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될 만큼 강력한 독성을 자랑하므로, 백린을 섭취하는 행위는 곧 치사량의 농약을 직접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극단적인 위험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가공할 독성과 자연 발화의 위험성을 동시에 지닌 백린은 예로부터 인류에게 깊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성냥은 이전 시대의 불편함을 단번에 해소하며 모든 계층에게 혁신적인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부싯돌 없이도 손쉽게 불을 얻을 수 있다는 매력은 성냥을 순식간에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지만, 당시 사용되던 성냥의 재료가 바로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백린이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비극적인 아이러니였습니다.

 

백린 성냥 공장에서 노동하던 수많은 이들은 백린 증기에 장기간 노출되어 턱뼈가 서서히 괴사하는 ‘인해(燐害)’라는 끔찍한 직업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치통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턱뼈 조직이 녹아내리고 심지어 뼈 조각까지 떨어져 나가는 극심한 고통을 동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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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소름 끼치는 기록은, 이렇게 떨어져 나온 턱뼈 조각이 백린에 오염되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는 것입니다. 결국 인해는 턱뼈를 넘어 두개골까지 광범위하게 침식하며, 환자들을 서서히 그리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으로 몰아넣는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백린의 이러한 끔찍한 위험성은 당시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으며, 한때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던 슬픈 동화 ‘성냥팔이 소녀’ 역시 백린 성냥 공장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는 가슴 아픈 해석이 존재합니다. 오늘날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백린을 이용한 성냥 제조가 엄격히 금지되어, 과거의 어두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백린의 위험성은 맹독성에 그치지 않고, 앞서 언급했듯이 낮은 발화점 때문에 방화라는 또 다른 범죄 행위에 악용되기도 했습니다. 범죄자들은 젖은 신문이나 천에 백린을 은밀히 숨겨 건물 내부에 반입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이 증발하여 백린이 자연 발화하는 시점을 노려 방화를 저지르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쉽게 불이 붙고, 극도로 유독한 백린을 인류의 전쟁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백린을 최초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국가는 제국주의 시대의 강국이었던 영국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영국군은 백린탄을 전장에 처음으로 투입했습니다. 백린탄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넓은 지역에 빠르게 연막을 형성하는 백린 연막탄과, 목표 지점에 불을 붙여 파괴하는 백린 소이탄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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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린 연막탄은 미세하게 분쇄된 백린 입자를 공기 중에 살포하여 순식간에 시야를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백린 자체의 위험성 때문에 건조한 환경에서는 화재를 유발할 수 있고, 습한 환경에서는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하여 인체 호흡기 점막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린 연막탄이 널리 사용된 이유는, 적외선 감지 장치를 무력화하여 아군의 이동이나 작전을 은폐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열추적 미사일은 목표물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추적하여 공격하는 원리인데, 백린 연막 속으로 은신하면 미사일이 목표물을 인식하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됩니다. 다만 백린 연막탄의 위험성 때문에 점차 안전한 정린 연막탄으로 대체되는 추세였지만, 여전히 그 파괴적인 잠재력 때문에 금지된 무기인 백린 소이탄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공포의 대상인 백린 소이탄은 어떤 무기일까요? 백린 소이탄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용되어 온 극도로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무기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백린의 고유한 화학적 특성 때문입니다. 백린 소이탄은 네이팜탄이나 열압력탄과 같은 다른 소이탄에 비해 폭발력 자체는 약할 수 있지만, 인체에 직접 접촉했을 경우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화상을 유발하며, 심지어 녹아내리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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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불길이 직접적으로 옮겨붙지는 않지만,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던 피해자가 무의식적으로 물을 부을 경우, 백린과 물이 격렬하게 반응하여 오히려 화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따라서 백린 화상을 입었을 때는 칼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피부에 박힌 백린 조각을 물리적으로 제거하거나, 외과적으로 절개하여 백린을 긁어내는 극단적인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응급처치조차 이차 감염의 위험을 높이고, 미처 제거되지 않은 백린이 상처 부위를 통해 체내로 흡수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백린 화상에 대한 적절한 응급처치법은 무엇일까요?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백린에 오염된 부위를 다량의 흐르는 물로 지속적으로 세척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핀셋 등으로 백린 조각을 신속하게 제거한 후 깨끗한 물에 적신 천으로 환부를 덮고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셀린과 같은 지용성 연고나 기름 성분의 물질은 오히려 백린의 피부 흡수를 촉진시키므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주변에 물이 없다면, 임시방편으로 젖은 휴지나 심지어 침을 뱉어서라도 백린의 연소를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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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끔찍한 백린 소이탄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독일의 주요 도시를 공습할 때 일반 폭탄과 함께 백린 소이탄을 대량으로 투하하여, ‘꺼지지 않는 지옥불’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독일의 함부르크에서는 미군의 백린 소이탄 공격으로 인해 도로 곳곳에 백린 웅덩이가 형성될 정도였고, 미처 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이 웅덩이에 빠져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미군이 사용한 81mm 박격포탄의 약 20%가 백린탄이었으며, 미군은 단일 전투에서 무려 11만 8천 발이라는 엄청난 양의 백린탄을 쏟아부어 역사에 섬뜩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수많은 전우를 잃었던 미군은 분노에 휩싸여 박격포뿐만 아니라 전차포, 수류탄 등 다양한 무기에 백린을 장착하여 독일군을 무자비하게 공격했습니다. 영국군 역시 많은 동료들의 희생에 대한 복수심으로 ‘76번 특수 소이탄’이라는 제식명칭으로 백린 소이탄을 개발하여 실전에 투입했습니다.

 

튼튼한 유리병에 백린, 물, 벤젠, 고무 등을 혼합하여 만든 이 다소 조잡해 보이는 무기는, 유리병이 깨지면서 발화한 백린이 벤젠과 고무의 연소와 함께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어 더욱 심각한 화상을 유발하는 악랄한 무기였습니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 당시 무기를 대부분 상실하여 전력 약화에 시달리던 영국군은 물불 가리지 않고 이 76번 특수 소이탄을 무려 600만 발이나 긴급 생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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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영국군도 안전 문제를 완전히 간과하지는 않아, 유리병의 내구성을 강화하여 일부는 투척해도 쉽게 깨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군의 향토 방위 부대인 홈가드는 이 76번 특수 소이탄을 대량으로 보급받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여기저기에 방치해두었다가 시간이 흐른 뒤 예기치 않게 폭발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백린 소이탄은 극히 위험하고 비인도적인 무기이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백린 소이탄보다 백린 연막탄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백린 연막탄은 주로 아군의 공격 목표를 표시하거나, 적군의 시야를 차단하여 아군의 이동과 작전을 용이하게 하는 전술적인 목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백린 연막탄 역시 백린 자체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백린탄의 사용에 대해서는 “우리가 쓰면 로맨스, 남이 쓰면 불륜”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에 따라 백린탄의 사용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백린탄 자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국제 조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백린탄은 네이팜탄이나 열압력탄과 비교했을 때 파괴력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다만 인간에게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는 인도적인 문제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이 있을 뿐입니다. 결국 냉혹한 국제 사회에서 필요에 따라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는 ‘하얀 지옥’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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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에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소이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백린탄을 사용하여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고, 러시아는 백린탄 사용이 일상적인 수준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체첸 전쟁 당시 사용한 포탄의 약 1/4이 연막탄이었으며, 그중에는 백린탄도 포함되어 있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2022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군이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2022년 8월 하르키우 지역에 백린탄을 사용한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백린

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지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기 어려워 비난 이상의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분쟁에서는 이 끔찍한 무기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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